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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남피혁 여우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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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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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도울 수 있다는 것 내 칠십 인생의 최대 축복” - 화남피혁 여우균 회장
“학생들 도울 수 있다는 것 내 칠십 인생의 최대 축복”
‘사랑·희망 전령사’ 릴레이 인터뷰 - ‘대규모 장학사업’ 화남피혁 여우균 회장
김병직기자 bjkim@munhwa.com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수성가한 한 중소기업 대표가 수십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한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이게 전부였다. 그 주인공이 화남피혁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는 여우균(70·사진)씨이며, “인간적으로 매우 존경스러운 분”이란 말과 함께….
그의 면면이 궁금했다. 그러나 아무리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봐도 그가 지난해 다른 중소기업인 3명과 함께 기업은행의 ‘제5회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내용 외에는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여 회장은 “내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러느냐”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어렵게 인터뷰 약속을 잡고 지난 2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반월공단내 화남피혁으로 찾아가 만난 그의 첫 인상은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그는 연방 “부끄럽다”며 중소기업인으로 살아온 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인터뷰 = 김병직 경제산업부장
# 배움에 맺힌 한(恨)… 30억원 출연 장학사업
그가 강한 의욕을 갖고 펼치고 있다는 장학사업이 궁금했다. 그것도 철저히 ‘개인 돈’으로 진행하고 있다는데….
“부끄럽습니다. 크게 소개할 만한 것도 아니고, 저의 작은 정성을 모아 고향에 있는 후배 학생들을 조금씩 돕고 있는 것 뿐인데….”
여 회장은 “자세히 좀 이야기해달라”는 기자의 채근에 연방 “별 것도 아닌데, 부끄럽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가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이우장학회’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2005년과 2008년 각각 10억원씩 추가해 총 출연 장학금이 30억원으로 늘었다. 그는 이 출연금을 활용해 고향인 대구 달성군 출신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성적 우수 대학생들에게 매년 1인당 3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동안 이우장학회로부터 장학금 지원을 받은 대학생은 220여명. 300여명의 초·중·고교생도 총 1억여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제가 나고 자란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지역에는 초등학교가 없었어요. 학교를 가려면 산을 몇고개 넘어 수십리씩 가야 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어요. 당시 학자였던 제 부친이 동네 어른들과 뜻을 모아 산골에 조그마한 초등학교 분교를 설립하고 글을 가르쳤고 저도 그 덕에 신식공부를 조금 할 수 있었습니다.”
여 회장이 장학사업에 뛰어든 것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이우’장학회 역시 부친의 호를 딴 것이다.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을 중퇴해야 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신문배달, 가게 점원 등 안해본 일이 거의 없어요. 제가 돈을 벌어야 학교를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고교 2학년때 중퇴했는데 교복과 모자를 쓰고 다니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는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배움에 맺혔던 한이 그를 장학사업으로 이끈 셈이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부자에 대한 편견
화제가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이르자 여 회장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사회 지도층이 성숙된 도덕적 의무를 지니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 사회가 선진외국에 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많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있지만 제가 보기엔 우리 사회도 많이 성숙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뒷거래와 검은 결탁이 관행처럼 되어 있었지만 요즘에는 확 달라진 것 같아요.”
여 회장이 펼치는 장학사업은 철저히 개인 돈으로 하고 있다. 그는 “장학사업을 하는데 회사와 연계시키고 싶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내 힘이 닿는 데까지 철저히 개인 돈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개인적 차원의 재산기부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색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머리를 가로 저었다.
“경제위기 속에 개인들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오히려 늘었고,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습니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부족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한국사회의 기부문화는 분명히 커다란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특히 “부자들에 대해 이유없이 색안경을 쓰고 보려고 하는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반(反)부자 정서를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 회장은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버는 기업, 세금 많이 내는 기업들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거액 자산가들의 개인 재산 기부도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 무(無)노조, 정도경영
여 회장이 23년째 운영하고 있는 화남피혁에는 노조가 없다. 경영진이 노조를 만들어라, 만들지 마라 강요하지 않지만 직원들 스스로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도경영’을 기업이념으로 한다는 여 회장은 경영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경영이 좋으면 좋은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모든 내용을 낱낱이 직원들에게 공개합니다. 이익이 많이 나면 직원들 월급도 그만큼 많이 올려주지만 경영상황이 안좋을 때는 월급을 많이 못올리는 이유를 솔직히 밝히고 있어요. 모든 임직원들이 현재 회사의 위치와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유하다보니 노(勞)와 사(社)를 넘어 ‘우리’가 되어 회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게 되더군요.”
현재 안산 본사에 200여명, 경기 고양시 벽제 제2공장에 100여명 등 총 3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화남피혁은 노조가 없음에도 관련업계 최고수준의 임금을 자랑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 보람된 장학사업 … 더 확대하고파
“‘이우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나 부모님들이 이따금 감사의 편지를 보내거나 직접 가꾼 채소나 산나물 등을 보내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참으로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구나 하고 스스로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는 요즘 장학사업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장학금을 받은 고향 후배들이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합격해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단다. 장학생 중에 사법고시를 패스한 검사도 한명 배출했다. 이우장학회 출신으로 사회에 나온 이들끼리 서로 유대를 맺고 만남을 지속하는 것을 지켜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단다.
여 회장은 여력이 안돼 더 많은 장학금을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 죄스럽다고 한다. 현재 개인당 연간 300만원인 장학금을 내년부터는 500만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계속해서 장학금을 받으려면 평균학점 4.0이 넘어야 한다.
“앞으로 연간 장학금 지원규모를 개인당 1000만원 정도까지 늘리는 게 꿈입니다. 특히 이공계 장학생들을 집중 선발하고 외국 유학도 지원할 생각입니다. 어려운 여건을 딛고 이렇게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 학생들이 우리 지역과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그는 “나이 칠십이 되어 집안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 학생들을 위해 무언가 해줄 일이 있다는 것은 크나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의 해맑은 미소가 한없이 싱그럽게 느껴졌다.
bj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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